# 스틸라이프 (still life)

‘스틸 라이프’의 뜻을 살펴보면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 / 삶의 한 장면 /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그리는 정물화.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스틸라이프 묶음집에선 정물로 표현된 오브젝트가 자주 등장한다.
또한 나 스스로 ‘깨어있다’란 감정을 느끼는 시간은 몸을 가만히 두고 내 생각을 들여다볼 때였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은 고요할 때의 나처럼 혹은 정물화처럼 삶의 풍경을 이룬다.

고요함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내면에서 아직은 조각되지 않은 오리지널한 감정과 오랜 습관 같은 관념을 발견하게 된다.
안락하며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생각을 발견하고 해체하고 또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스틸라이프’는 치유가 시작되는 고요한 콩닥거림과 비로소 생생한 내 감정들을 직관하는 시간들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커피향 가득한 아침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의 필수 양분으로 자기만의 공간과 고요함,
이와 더불어 혼자만의 행위를 들 수 있겠다.
적정한 양의 원두를 채운 수동 그라인더의 손잡이를 잡고 돌린다.
바삭한 알갱이들이 부서지는 소리와 향과 함께 시작한 단순한 행위가 반복을 거듭하게 되면
묵직한 팔 통증이 시작되면서 우선 몸이 깨어난다.
여전히 무표정한 의식은 커피를 내리면서 사방으로 퍼지는 향과 함께 부팅이 시작된다.
밤의 호흡으로 건조하던 목은 따스하며 고소하고 쓰기도 한 커피로 촉촉해지고
나는 오늘의 기분과 날씨와 일과를 살핀다.​​​​​​​
사자와 늑대와 토끼의 시간
내면의 균형은 삶의 질감을 만든다.
늑대가 뚱땅대는 날은 웅크린 마음이 행동과 표정을 뚝뚝하게 고정시킨다.
사자가 으르렁거리면 한 번 더 문을 걸어 잠그고 종일 집안에만 머물기로 한다.
사자나 늑대에 가려 보이지 않던 토끼들이 깡충거리며 폴짝폴짝 뛰어오르면,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바깥에 머물던 공기와 내 몸을 순환시켜 준다.
이 셋은 항상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지만 마치 바다의 표면처럼 잔잔하거나 혹은 요동치기 일쑤다.
혼자만의 시간 (눈을 감고 일렁임)
안온한 흐름이 있는 공간, 익숙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잠시 뒤면 형체도 소리도 모두 사라지고 오직 가늘게 움직이는 눈동자를 따라 몽글몽글 덩이진 옅은 빛의 일렁임이 보인다.
모양을 바꿔가며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빛덩이들을 주시하다보면 찬찬히 들어오고 나가는 마음의 재잘거림을 듣게 된다.
나를 채우는 시간
많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쉽게 휩쓸리는 나는, 내 기분을 느끼거나 생각을 읽어 낼 틈을 잘 찾질 못한다.
날 찾아오는 말에는 그저 단순히 반응하는 정도의 사람으로만 존재한다. 
조금은 과장되거나 경직된 시간을 지나 갖는 고요하고 어둑한 혼자있는 시간이 내게는 안정감과 기분 좋은 포만감을 준다.
# 패턴을 좋아하게 된 사유.
 (크리에이터 플로PLO)


하나의 반복될 조각만 있으면 어떤 형태나 공간이든 스스로 가득 채워지는 특유성,
공간의 한계 없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 조각의 그림이 반복되면서 가지는 파워풀함과 리듬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급적 한 조각 안에 서사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작업을 즐긴다.
단순한 형태의 반복이 가져오는 바탕 같은 패턴과 좀 더 세밀하게 조각된 그림을 활용한 패턴,
공히 가치를 만들어 주는 작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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