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댁 정원을 탐험하고 있어요.
매일 같은 곳이지만
항상 새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는 곳이에요.
하루 종일 이 시간이 기다려질 때도 있어요.

내게는 친구가 참 많아요.

부끄럼이 많은 '토야'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그래서 토야가 혼자 산책을 나갈 때를 맞춰 할아버지는
토야의 보금자리에 늘 신선한 배춧잎을 가득 가져다 놓곤 해요.

'고미'는 아빠에게서 처음으로 받았던 선물이에요.
매일 밤 고미와 함께 포근한 잠이 들어요.
낮에는 정원으로 데리고 나와 따듯한 볕을 쬐어줘요.

'앵두'는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훨씬 오래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았어요.
볕이 가장 높은 정오가 되면 어김없이 새장 문을 활짝 열고 산책을 나가요.
단호한 표정과는 달리 작은 두 발로 뒤뚱뒤뚱 걷거나
혹은 총총 뛰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정원에는 할아버지와 아빠가 동그랗게 잘 다듬어 놓은
사철나무, 향나무가 있고,
잎을 길게 늘어트린 큰 버드나무가 있어요.

계절에 따라 새콤달콤함을 주는 앵두나무, 사과나무, 감나무도 있어요.
이름은 잘 모르지만 봄이 되면 노란색 꽃들이 가득 피어나는 키가 작은 나무도 있어요.

(패턴) 정원놀이

고미와 앵두, 토야 말고도 내게는 이런 근사한 친구들이 있어요.

장식장 위를 나란히 걸쳐 앉은 '세 남매 인형' 과
늘 걱정이 많은 양배추 인형 '양순이',
기분 좋게 인사해 주는 금발머리 '미미'도 있고요.
옆집 언니에게서 물려받은 '안나' 들도 있어요.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울 때는 정원에 나갈 수가 없어요.
그럴 땐 안나들이 기뻐할 때까지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예쁘게 만져주고
멋진 옷을 갈아입혀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요.

(패턴) 블루리본 안나


(패턴) 안나

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아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꽃의 정령들을 부르면
작게 빛나는 정령들이 하나 둘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해요.
릴라꼼트리, 플라비, 준, 폴, 포시, 카니
내가 정원에 나오지 못했던 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줘요.


꽃의 정령들뿐 아니라 집안 곳곳에서 다른 정령들도 볼 수 있어요.
정령들은 어디에나 언제나 있어요.


(패턴) 식탁보


(패턴) 꽃의 정령


(패턴) 겨울의 정령

집 가까이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요.
이따금 할아버지와 함께 시냇가에서 맑은 물에 발을 담가요.
발목을 스쳐 지나가듯 흐르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시냇물,
그 속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송사리들을 보는 건 또 다른 기분 좋은 놀이에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작고 따뜻하고 동글동글한 조약돌을 주워 와요.


(패턴) 조약돌 

모양 바꾸기를 좋아하는 크고 밝은 달, 
따스한 해와 반짝이는 햇살,
손등 위에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여러 겹의 색깔 옷을 겹쳐 입은 무지개,
보드라운 여린 꽃잎과 나뭇잎
시냇가에서 주워 온 조약돌,
열매가 되기 전부터 더 단단한 씨앗,
말하기를 좋아하는 작은 새들..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손재주가 뛰어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모빌로 만들어 주셨어요.
마침 앵두의 집에 초대되어 가는 길이어서 엄마가 만들어 준 모빌을 앵두 집에 걸어 줄 거예요.

앵두를 따라 조금 작은 새장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요.
집 중앙에는 든든하게 뿌리내린 커다란 나무에 빨간 열매가 열려 있고 
주위에는 온갖 장식과 꽃, 화분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어요.
나뭇가지와 수풀들을 엮어서 만든 뒤 그 위에 부드러운 꽃무늬 천을 씌운 포근한 소파가 있었지만
앵두가 들려주는 멀고도 깊은 새들의 나라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가 앉았어요.
앵두는 내 뒤를 따라온 고미에게 따뜻한 차를 내어주었어요.
앵두의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버섯 정령들은 
오전부터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게 청소하고 치장하기에 바빴다고 해요.
앵두의 집은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아주 넓고 근사한 집이었어요.


정원에서 가장 높은 정글짐에 오르면 담장 너머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어요.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앉아 지나가던 바람과 잠시 만나기도 하고
담장 너머 보이는 골목길 끝과 만나는 또 다른 길과 
그 사이 공간들을 사이좋게 메우는 지붕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지붕들은 마치 무대 위의 조명을 받듯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각자의 모양새와,
마름모 모양의 빛 알갱이에 반사하며 반짝이는 자기만의 색깔들을 마음껏 뽐내요.
문득 앵두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이건 아주아주 오래전 모든 사람과 동물들이 새들의 마음 안에서만 존재하던
'버드파크'에 관한 이야기란다"
나는 앵두가 들려준 버드파크에 관한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놀랍고 흥미롭게 들렸어요.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잊어버린 채 지냈어요.

(패턴) 모빌

마침 꽃의 정령 '릴라꼼트리'가 나풀거리며 다가와 알려주었어요.
이 마을의 끝엔 숲이 있는데 그 숲속 어딘가 새로운 곳으로 가는 문이 있다면서요.
저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곧바로 짐을 싸서 숲을 향해 떠나기로 마음먹었어요.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오려는 고미를 잘 타이른 후에
앵두와 토야의 응원을 받으며 길을 나서요.
화분 사이사이에 숨어 있던 식물의 정령들도 배웅해 주었어요.

(패턴) 엄마의 화장대


(패턴) 서랍장_에브리바디 스마일


(패턴) 식물의 정령


(패턴) 개나리


(패턴) 그린테라피 1


(패턴) 그린테라비 2


(패턴) 그린테라피 3


릴라꼼트리가 알려준 말을 다시 떠올려보며 길을 가요.
"처음에는 종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야 해. 
그럼 잠시 후 어디론가 줄지어 가는 핑크색 고슴도치들을 만나게 될 거야.
그때부턴 네가 고슴도치가 된 것처럼 엎드려 네 발로 걸으며 고슴도치들 틈에 끼어 따라가야 해.
그렇게 가다 보면 이 마을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주 커다란 초록숲이 나타날 거야.
잊지 마. 네가 고슴도치들을 의심하지 않으면 고슴도치들도 너를 의심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고슴도치들은 네가 원하면 언제든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안내자가 되어 줄 거야."


그렇게 한참 동안 고슴도치들을 따라가다 
수선화가 탐스럽고 빼곡하게 피어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는
봄의 정령들을 따라갔어요.

(패턴) 봄새싹


(패턴) 고슴도치

드디어 숲에 다다랐어요.
숲의 수호신과 정령들은 마치 내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다정하게 맞이해 주었어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엄마에게서 배운 감사의 말로 인사를 드렸어요.


부엉이를 닮은 정령의 안내를 받아 비밀의 문 앞에 이르렀어요.
이 문을 지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두려운 마음과 설렘이 동시에 일렁이기 시작했어요.


(패턴) 숲의 수호신


(패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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